
정부,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과세기준 개편 나서 고가 수입차·전기차 덜 내고 국산차 더 내고 '역차별' "공정하지 않던 제도 이제라도 바로잡게 돼 환영" "친환경차 세제 혜택 더 강화하는게 맞다고 생각"
작성일 : 2023-09-20 18:06 작성자 : 이동한

정부가 배기량(㏄)이 큰 차량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현행 자동차세의 과세 기준을 손보기로 한 것에 대한 차주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가 일방적인 세제 혜택을 받고 있고 고가의 수입차는 보유세와 같이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꼼수 증세'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한국지방세연구원과 함께 '추진단'을 꾸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자동차세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현재 배기량에 따라 과세하는 자동차세 기준을 차량 가격으로 변경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차량 가격 외에도 연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무게, 출력 등이 고려해볼 수 있는 요소다.
출고가 3941만원인 K8(3.5 가솔린)의 배기량은 3470㏄로 1년치 자동차세로 약 90만원을 낸다. 반면 출고가 8370만원의 메르세데스-벤츠 AMG CLA 45 S는 배기량 1991㏄로 연간 자동차세가 51만원에 그친다. 출고 가격은 벤츠가 2배 이상 높지만 세금은 43% 가량 덜 내는 것이다.
전기차로 넘어오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1억원을 호가하는 테슬라나 포르쉐의 전기차는 일률적으로 10만원에 지방교육세 30%를 더한 13만원만 낸다. 엔진이 없는 탓에 배기량을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기준으로 봐도 K8의 탄소 배출량은 160g/㎞인데 벤츠는 이보다 많은 194g/㎞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국산차가 탄소 배출량이 많은 고성능의 수입차보다도 세금을 더 내는 것이다.
K8 차주인 정현철(55)씨는 "값비싼 물건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게 정상"이라며 "공정하지 않던 제도가 이제라도 바로잡게 돼 환영한다"고 말했다.
경차인 스파크를 모는 이모(36)씨는 20일 "적은 배기량과 과급기를 탑재한 차가 늘어나면서 저가 차의 자동차세가 비싼 차보다 높아진다는 불만을 주변에서 자주 들었다"면서 "가격과 탄소 배출 기준으로 부과하는 게 옳은 것 같다. 소형차와 전기·수소차 세금이 지금보다 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자동차세로 69만4000원을 냈다는 그랜저 차주 김모(47)씨는 "고가의 수입차·전기차 덜 내고 국산차는 더 내 세금의 역차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좋은 방향으로 개편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배기량 대신 가격을 중심으로 매기면 전기차 보급 정책에 역행할 수 있고 수입차 업체들이 FTA 규정을 근거로 반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