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카르타·팔렘방 이어 항저우서 45번째 '금빛 찌르기' "마지막이라 원 없이 했다…동생들 덕분에 잘 마무리"
작성일 : 2023-09-27 23:08 작성자 : 김우곤

한국 펜싱 남자 플뢰레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루고 은퇴하는 '맏형' 허준(35·광주시청)의 표정엔 기쁨과 슬픔이 공존했다.
허준, 이광현(화성시청), 하태규(대전도시공사), 임철우(성북구청)로 구성된 남자 플뢰레 대표팀은 27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중국을 45-38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직전 대회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24년 만에 단체전을 우승했던 한국은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이날 개최국 중국의 홈 텃세에 끌려가던 한국은 차근차근 점수 차를 좁힌 뒤 40-36, 역전에 성공했고, 마지막 주자로 나선 허준이 45번째 득점을 기록하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은퇴하는 허준은 경기 후 "마지막 시합이라 원 없이 했다. 최선을 다하고, 지더라도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는데, 이기게 돼서 너무 기분이 좋다"며 "한편으로는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니 착잡한 마음"이라고 했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홍콩과의 결승에서 45번째 득점으로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던 허준은 이번 대회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나와 승리에 쐐기를 박은 뒤 포효했다.
그는 "제가 동점만 만들면 기세가 넘어오기 때문에 동생들이 40점을 찍어줄 것으로 믿었다. 그 작전이 성공했다. 동생들 덕분에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금메달이 확정된 뒤 허준은 무대 위로 뛰어든 동생들과 부둥켜안고 우승을 즐겼다.
허준은 "솔직히 (동생들이 뛰어올 때) 무서웠다. 자카르타 때 입술을 맞아서 부었었는데, 이번에는 몸을 사리게 되더라"며 웃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허준은 경기 도중 다리 근육 경련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는 "지고 있었다면 잡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기고 있었고, 중국 선수가 급하게 들어와서 그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버텨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럼 모양새가 이상할 것 같아서 확실히 45점을 찍으려고 공격적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마친 허준은 "실감은 나지만, 섭섭한 마음이 크다. 기쁜 것도 있지만, 슬픈 것도 있다. 복잡 미묘한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뒷바라지 해준 가족에게 고맙다. 앞으로 더 효도하고, 아내와 잘 사는 모습 보이겠다. 사랑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5년 만에 개인전 노메달의 충격에 빠졌던 임철우는 단체전 금메달로 미소를 되찾았다.
그는 "개인전 메달 실패로 힘들었지만, 단체전에서 형들과 한마음으로 이겨냈다. 개인전 아픔을 다 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과 비교해 평균 신장이 작은 한국은 이른바 '발 펜싱'으로 약점을 극복했다.
임철우는 "우리나라가 작은 편인데, 키 큰 선수들과 할 때는 발을 많이 이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중국에 대해선 "영상도 많이 보고 연습도 했다. 그런 부분에서 다리를 활용한 게 주요했다"고 했다.

개인전에서 고개를 숙였던 이광현도 "임철우와 같은 마음이었다. 개인전보다 단체전에 중점을 맞춰 훈련을 해왔는데, 단체전에서 만회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은퇴하는 맏형 허준에게는 "형의 마지막 은퇴 경기였고, 금메달을 딸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다 같이 만든 거라서 개인전보다 단체전 메달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하태규는 "지고 있을 때 역전을 바라보기보다 하나씩 하나씩 동점을 만들고, 앞으로 나가자는 작전을 생각했다. 그게 잘 맞았고, 우리의 가장 큰 전략"이라고 했다.
중국의 홈 텃세에는 "홈 어드밴티지는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심했다. 자제하려고 했지만, 중요한 상황이라 강하게 어필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