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형제복지원 수용 후 신상정보 변동 강제실종 상태 피해자 기억 바탕으로 조사 자료 수집 등 통해 가족 생사 확인 및 상봉 "형제복지원, 피해자 가족에까지 큰 상처"
작성일 : 2023-10-12 20:24 작성자 : 장윤영

A(56)씨는 8살이던 지난 1975년께 어머니 의뢰로 동생들과 함께 김해의 한 아동복지시설에 입소하게 됐다. 이후 동료 원생들의 구타로 시설을 이탈한 A씨는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됐다. 그렇게 가족과 헤어지게 돼 강제 실종 상태에 놓여있던 A씨는 '진실화해위'를 만났다. 파편적인 기억을 토대로 A씨의 가족 생사를 추적하던 진실화해위 도움으로, A씨는 지난 1월 파주에 살고 있는 어머니를 40여년 만에 만나게 됐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2일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조사 과정에서 강제 실종 상태에 있던 피해자들의 가족 생사를 확인하거나 상봉에 이른 사례 4건을 12일 공개했다.
이번 사례의 피해자들은 6세에서 10세 사이의 어린 시절, 또는 장애를 가진 채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후,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신상정보가 변동되면서 강제 실종 상태에 놓여있던 이들이다.
진실화해위는 현재 사용하는 신상정보로는 가족 관련 서류를 발급받을 수 없고, 본인과 가족에 대한 파편적 기억만을 갖고 있는 피해자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자료를 수집해, 가족 생사를 확인하거나 가족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B(48)씨는 1981~1982년께 아버지 지인에게 맡겨졌다가 집을 찾아가려고 나온 길에 단속돼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됐다. 이후 1987년 양어머니를 통해 퇴소하면서, 양부모님 아래서 자라게 됐다.
나이가 어려 쉽사리 가족을 찾기 어려웠던 B씨는 어린 시절 집이 한 초등학교와 시내버스 종점 부근이었다는 것과 가족의 이름 정도만 기억하는 상태로 수십 년을 보내게 됐다.
B씨는 세월이 흐른 후 해당 지역에 방문해 봤으나, 도시화로 가족을 찾지 못했다. 이후 진실화해위는 자료를 수집해, B씨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변동된 채 1985년 7월 형제복지원 주소지를 본적지로 호적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B씨의 아버지는 사망, 어머니와 형제 4명은 생존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그중 언니에게 동의를 얻어 서로의 연락처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진실화해위는 ▲1960년께 소아마비를 앓던 피해자가 형제복지원에 입소 후 강제 실종 상태에서 생활하다 사망한 사실을 확인한 사례 ▲1982년 어머니와 형제복지원에 동반 입소 후 자신만 타 시설로 가게 되면서 가족과 헤어졌던 피해자가 형제들의 생존 사실을 확인한 사례 등도 공개했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진실화해위는 그동안 형제복지원에 대한 조사를 통해 2차에 걸쳐 337명을 피해자로 결정한 바 있다"며 "이번 사례로 형제복지원은 피해자 개인에 대해 심각한 인권침해를 저질렀을 뿐 아니라, 그 가족에까지 큰 상처를 준 사실이 다시 한번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조사 중인 집단수용시설 사건은 형제복지원 등 총 25곳으로, 신청인 중에는 강제 실종으로 인해 연락이 끊긴 가족을 찾기를 원하는 분들이 다수 있다"며 "전체 조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위원회의 활동기간 동안 이런 요청 사항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60년부터 1992년까지 운영된 형제복지원은 사회 통제적 부랑인 정책 등을 근거로 공권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 부랑인으로 분류된 사람들을 강제 수용해 강제노역·폭행·가혹행위·사망·실종 등의 인권침해를 야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국가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